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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랗-’의 변신은 무죄

시계바늘 2008. 9. 16. 10:35

“세상에서 가장 길고도 짧은 건 무엇일까?”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다름 아닌 시간이라고 말한다.

 쏜살같은 게 시간이지만 시간만큼 영원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수수께끼 하나 더. 질문에 나오는 단어 ‘길다’와 ‘짧다’에 그 정도가 뚜렷하다는

 뜻의 접사 ‘-다랗-’이 붙으면 어떻게 바뀔까?

대개 ‘길다랗다’와 ‘짧다랗다’라고 답하지만 ‘기다랗다’와 ‘짤따랗다’가 어법에 맞는 말이다.

‘좁다랗다(←좁다)’처럼 용언의 어간 뒤에 자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은

어간의 원형을 밝혀 적는 게 원칙이나 ‘기다랗다’는 원어(原語)에서 변한 형태를 표준어로 삼은 경우다.

‘길다랗다’가 아닌 ‘ㄹ’이 탈락한 ‘기다랗다’가 표준어로, ‘기다란/기다랗게’로 활용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가느다랗다(←가늘다)/머다랗다(←멀다)’도 같은 예다.

‘짧다[짤따]’에서 온 ‘짤따랗다’는 겹받침의 끝소리가 드러나지 않을 땐 소리대로 적는다는 규정 때문에 ‘

짤따랗다’로 표기하고 ‘짤따란/짤따랗게’로 활용한다.

 ‘널따랗다(←넓다)/얄따랗다(←얇다)’도 마찬가지다.

굵다[국따]는 같은 겹받침 단어지만 마지막 받침이 발음되므로 원형을 밝혀 ‘굵다랗다’로 적는 게 맞다.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