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여행/우리말바루기
땅 집고 헤엄치기’는 힘들다
시계바늘
2008. 11. 4. 19:34
전 세계 350만 명에게 달 토지를 분양한 데니스 호프,
자신의 홈페이지를 픽셀 단위로 쪼개 팔아 10억원을 챙긴 알렉스 튜….
봉이 김선달처럼 손쉽게 돈을 버는 이런 이들을 보고
“완전 ‘땅 집고 헤엄치기’ 아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말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일이 매우 쉽거나 의심할 여지 없이 확실하다는 뜻으로 쓰는 표현은
‘땅 집고 헤엄치기’가 아니라 ‘땅 짚고 헤엄치기’다. ‘집다’와 ‘짚다’는 발음이 [집따]로 같아 혼동하기 쉽지만 의미가 전혀 다른 단어다.
‘집다’는 손·기구 따위로 물건을 잡거나 줍는 것을,
‘짚다’는 바닥·지팡이 등에 몸을 의지하는 것을 일컫는다.
“일하다가 현기증을 느낀 그는 벽을 집고 겨우 일어났다”거나
“땅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짚어라”처럼 사용해선 안 된다
. ‘벽을 짚고’ ‘동전을 집어라’로 고쳐야 뜻이 통한다.
‘집다’는 지적하여 가리키다(직원들 가운데 한 명을 집다), ‘짚다’는 손을 대어 살피다(맥을 짚다),
여럿 중 하나를 집어 가리키다(잘못된 예들을 하나하나 짚다), 상황을 헤아려 짐작하다(허점을 짚다)는 의미로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