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바늘 2008. 11. 6. 19:17

가을이 깊다. 낙엽이 일으키는 수직의 파문이 생각을 부른다.

하늘을 본다. 기러기 떼가 종(縱)으로, 횡(橫)으로 날고 있다.

 따뜻한 남쪽 나라로의 여정을 위해 제 식구 갈무리하느라 꽤 분주하다. 장거리 비행 준비에 생명체의 약동이 느껴진다.

큰 V자 대형을 그리는가 하면 금세 작은 V자 여러 개로 나뉜다.

일사불란함이 국군 장병들의 분열 의식보다 더하다.

 횡열인가, 종렬인가. 대형을 이룰 수 있는 수평·수직율의 계산이 기러기들에게는 있는가?

한글 맞춤법 두음법칙의 한 조항을 소개한다.

한자음 ‘랴·려·례·료·류·리’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때 ‘야·여·예·요·유·이’로 적는다(‘량심·력사·류행’→‘양심·역사·유행’).

 그러나 단어 첫머리 이외에는 본음을 살린다(‘개량·협력·혼례’ 등).

어렵다. 이 기준에 따르면 위의 ‘횡열·수직율·분열’은 다 틀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횡렬·수직률·분렬’로 표기해야 옳다

. 그런데 ‘분렬’은 잘못된 표기라고 한다. ‘분열’로 써야 한단다.

단어 앞소리가 모음이나 ‘ㄴ’ 받침일 때의 ‘렬·률’은 ‘열·율’로 적는다(비율·진열·백분율 등)는 예외 규정 때문이다.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홈페이지

김준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