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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경기] 수원 인계동 나혜석거리 ②
시계바늘
2008. 11. 17. 09:44
서울의 청계천처럼 문화 예술 공간이자, 수원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나혜석거리는 ‘문화의 거리’라 불린다. 화려함보다는 단정함과 깔끔함이 묻어나는 이곳에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8년의 내공을 가진 맛집들이 모여‘맛 자치구’를 형성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화가로 명명된 나혜석. 그녀가 나고 자란 곳에 그녀의 이름이 붙었다. ‘수원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수원시 인계동 한편에 위치한 나혜석거리가 그곳이다. 2000년에 조성된 이길의 거리는 고작 300여 미터. 마치 주말의 인사동처럼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되었다. 인사동만큼 볼거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멋들어진 가로등, 가로수와 줄지어 서있는 나혜석의 동상들 덕에 제법 문화의 거리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 사실 이곳의 매력은 이것만이 아니다. 때마다 열리는 전문 예술인들의 거리 전시와 각종 공연. 바로 거리의 공연장이 된다는 점이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참 매력이다. 그래서 수원 사람들은 서울시민 들이 대학로나 인사동을 찾듯 이곳을 찾는다. 문화 예술에 취해 사람들이 모여들자, 거리 주변에는 이들을 겨냥한 새로운 맛집이 하나둘 생겨났다. 오래전 터를 잡아온 음식점들과 자리를 함께하면서 수원의 새로운 ‘먹자 골목’을 형성했다. 거리 입구에 관세청이 있고, 또 거리 인근으로 워낙 많은 은행들이 있다보니 이곳 음식점들의 공통 화두는 ‘어떻게 하면 직장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인가’이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고깃집이 많다. 저녁시간의 회식장소로, 또 직장 동료와 일을 마치고 한잔 걸치기에 간편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거리의 최고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메인 스트리트에는 주로 술집이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여기에도 맛있는 집이 있겠지만, 진짜배기 맛집을 찾는다면 메인 스트리트 뒤편의 샛길에 있는 집들을 둘러봐야 한다. 원래 시작은 청주에서다. 그곳에서 입소문이 나자 욕심을 낸 주인장이 대전과 부산 등지에 체인점을 마련했다. 계속되는 승숭장구에 주인장은 더욱 욕심을 부렸다. 갈비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수원에서 승부수를 내기 위해 청주 본점을 접고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은 것. 갈비의 맛은 이미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에 줄을 잇는 손님들로 증명된 셈. 이곳의 인기를 더한 점은 고풍스러운 실내장식이다. 도예가인 부인의 유기작품과 도예 수집가인 주인장이 모은 골동품 덕이다. 횟집 중에는 대가수사가 손꼽힌다. 이곳에 둥지를 튼 지 올해로 8년째다. 식사 시간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모든 좌석이 룸으로 되어 있어 모임을 갖기에 좋아 대부분 단체 손님들이다. 이곳의 회는 활어회가 아니라 숙성회다. 잡은 지 세시간 정도가 지난 후에 회를 뜨는 숙성회는 활어회보다 더 육질이 부드럽다. 일본식으로 두툼하게 뜬 회는 씹는 식감이 남다르다. 가격은 싸지 않지만 그만큼 맛이 뛰어나다. 나혜석거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을 꼽자면 복 전문점이 다수 모여 있다는 것이다. 개수로 따진다면 대여섯 집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비싸다는 복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이처럼 모여있기도 힘들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복요리 집들은 격전지를 방불케 한다. 가격과 맛 모든 면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보통 1만원이 넘는 복 전골이 이곳에서는 7000원이면 먹을 수 있으니, 즐거움은 손님들 차지다. 그 복집 중 한 곳인 월광 복 전문점은 18년 묵은 터줏대감이다. 으리으리한 시설로 손님을 유혹하는 다른 집과 달리 외관도 볼품없고 손님도 많은 편이 아니다. ‘고급스럽고 시설 좋은 곳을 선호하는 추세로 보자면 손님이 없을 법도 하다. 하지만 낡은 시설 나름의 운치가 더 정감어리다. 맛에도 정감이 가득하다. 복어와 해물 야채 등을 넣고 끓인 복 칼국수와 머리, 내장을 발라내고 통째로 튀겨낸 닭다리’ 같은 모양새의 복 튀김이 주력 메뉴다. 복어는 전북 군산에서 들여온 졸복을 사용하는데, 입안에서 살살 녹는 식감이 양식복과는 확연히 차이난다. 새우, 홍합, 굴 등이 들어간 해물돌솥밥 정식과 밤, 콩, 버섯 등으로 밥을 지은 영양돌솥밥 정식이 주 메뉴다. 식사 위주의 간단한 메뉴 때문에 가족 손님이 많다. 가격도 좋다. 전채 음식과 본 음식, 후식으로 나뉜 코스 요리가 1만원 대다. 이렇듯 저렴한 가격에 비해 찬의 가지 수나 맛은 모두 훌륭하다. 간혹 미리 내온 찬을 다 먹을 즘에야 나오는 돌솥밥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나혜석거리 가장 안쪽에 자리한 순우리 숯불갈비는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곳이다. 고기집 중 가장 잘 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처음 문을 연 것은 18년 전. 지금의 자리 맞은편에서 시작했다가 7년 전 확장 이전했다. 이사하면서도 단골부대를 모두 이끌고 온 내공 깊은 집이다. 구이용 고기는 별다른 가공을 하지 않아 다소 질긴 듯하지만 씹을수록 진하게 우러나는 육즙의 맛이 일품이다. 제비추리, 토시살 등의 특수 부위는 그날 필요한 양만 축협에서 가져와 예약 없이는 맛보기 힘들다. 찬도 일품요리라 해도 좋을 정도로 훌륭하다. 특히 다시마 국물에 김치와 도토리묵을 버무린 묵밥은 별미 중의 별미다. 고만 고만한 맛집 사이에서 수원의 맛을 찾아내 지키려는 나혜숙거리의 음식점들. 그들의 꿈틀거림과 이곳을 찾는 미식가들로 불꽃처럼 터질 전성기를 기대해 본다. |
출처 : 태산북두
글쓴이 : 칼이쓰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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