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서정주의 시 ‘푸르른 날’이다. 송창식의 노래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시와 노래에 친숙한 만큼 ‘푸르른’이란 단어에도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푸르른’은 ‘푸른’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다.
‘푸른 날’ ‘푸른 하늘’이라고 하면 영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지만
‘푸른’이 올바른 표현이다.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또는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한 색을 나타내는 ‘푸르다’는
‘푸른, 푸르러, 푸르니’로 활용된다. 기본형이 ‘푸르르다’라면 ‘푸르른’으로 활용해 쓸 수 있으나
‘푸르다’에선 ‘푸르른’이 나올 수 없다.
‘푸른 물결, 푸른 바다, 푸른 숲’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
물론 시적인 표현을 굳이 흠잡을 필요는 없다.
시에는 운율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 ‘푸른’보다 ‘푸르는’이 훨씬 리듬감이 있다.
‘푸른’과 ‘푸르른’이 어감이 다르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시와 달리 일반 글에서는 맞춤법을 비켜갈 수 없다.
내키지 않더라도 ‘푸르른’은 ‘푸른’으로 적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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