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여행/우리말바루기

@ 새하얀 눈

시계바늘 2008. 12. 11. 13:11

눈이 온다. 영화 ‘닥터 지바고’를 보니 배경음악 ‘라라의 테마’ 가 메인 선율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베리아 벌판엔 장대한 설경이 펼쳐진다. 터질 듯한 사랑의 감정을 안고 눈밭을 하염없이 내딛는 고뇌에 찬 두 남녀의 모습엔 애련함과 함께 즉흥적으로 이런 대화가 나올 법하다.

라라: “지바고, 눈이 정말 새하얘요.”

지바고: “맞아, 근데 눈은 새하얗다고 하는데, 하늘은 왜 ‘새푸르다’고 하지 않지.”

이때 변사는 말한다. “색깔을 강조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접두어 ‘새/시/샛/싯’에도 규칙이 있다.”

‘새빨갛다/시뻘겋다, 새하얗다/시허옇다, 새까맣다/시꺼멓다, 새파랗다/시퍼렇다’의 쓰임새 중 접두어 다음의 첫음절을 자세히 보자. 된소리나 거센소리, 또는 ‘ㅎ’일 때 ‘새/시’를 적고 있다. 그런데 양성모음(ㅏ·ㅑ·ㅗ·ㅛ) 앞에서는 ‘새-’, 음성모음(ㅓ·ㅜ·ㅕ·ㅠ)일 때는 ‘시-’로 표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새푸르다’는 ‘시푸르다’로 해야 맞다.

첫음절에 울림소리(ㄴ·ㄹ·ㅁ·ㅇ)가 있을 땐 ‘샛/싯’을 이용해 색깔을 더 짙게(샛노랗다/싯누렇다) 한다.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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